혹시 요즘 도로에서 마주치는 자동차들이 너무 조용하다고 느껴본 적 없으신가요? 전기차가 점점 많아지면서, 심장을 울리던 우렁찬 엔진 소리를 듣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오감으로 즐기는 대상으로 여기는 분들이라면 이런 ‘조용한 시대’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자동차가 선사하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인 ‘엔진 사운드’에 대한 갈증, 혹시 당신도 느끼고 계신가요? 바로 그 갈증을 완벽하게 해소해 줄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전동화 시대에 당당히 12기통 자연흡기 심장을 품고 나타난 페라리 12칠린드리(Ferrari 12Cilindri)가 그 주인공입니다.
페라리 12칠린드리 엔진 사운드를 즐기는 3가지 핵심 방법
- V12 자연흡기 엔진 그 자체의 순수한 기계적 사운드를 이해하고 음미하는 것입니다.
- 주행 모드(마네티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상황에 맞는 최고의 배기음을 연출하며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 페라리의 깊은 헤리티지와 디자인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며, 단순한 소리를 넘어선 감성적 가치를 느끼는 것입니다.
심장을 울리는 12기통 교향곡
페라리 12칠린드리의 핵심은 단연코 엔진입니다. 이 차의 이름 ‘칠린드리’는 이탈리아어로 실린더(Cylinder)를 의미하며, 이름 자체에서 12기통 엔진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납니다. 이 엔진 사운드를 제대로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그 근원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자연흡기 V12 엔진의 순수함
페라리 12칠린드리는 터보차저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도움 없이 오직 자연의 공기 흐름만으로 폭발적인 힘을 만들어내는 자연흡기 방식을 고수합니다. 이는 효율성 측면에서는 다소 손해일 수 있지만, 가장 순수하고 날카로운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비결입니다. F140HD라는 코드명의 6.5리터 V12 엔진은 무려 830마력의 최고 출력을 9,500rpm이라는 경이로운 회전수에서 뿜어냅니다. rpm 게이지가 치솟을수록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고조되는 사운드는 마치 한 편의 교향곡과도 같습니다. 특히 페라리의 F1 기술에서 파생된 슬라이딩 핑거 팔로워 밸브트레인과 티타늄 커넥팅 로드 같은 부품들은 기계적 완성도를 높여 완벽한 사운드를 조율하는 데 기여합니다.
장인의 손길로 조율된 배기 시스템
엔진에서 만들어진 폭발적인 사운드는 정교하게 설계된 배기 시스템을 거치며 비로소 예술의 경지에 오릅니다.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단순히 소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매력적인 ‘배기음’을 만들기 위해 배기 라인의 모든 요소를 최적화했습니다. 동일한 길이의 배기관과 6-in-1 매니폴드 구조는 12개의 실린더에서 나오는 각각의 배기 파동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합니다. 그 결과, 저회전에서는 웅장하게 울려 퍼지고 고회전으로 갈수록 날카롭게 포효하는, 페라리 V12 특유의 다채로운 사운드가 완성됩니다. 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사운드 컨트롤
페라리 12칠린드리의 엔진 사운드는 단순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운전자가 직접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마네티노(Manettino)’ 다이얼은 이 슈퍼카를 때로는 얌전한 그랜드 투어러(GT)로, 때로는 포효하는 레이싱 머신으로 변신시키는 마법의 지휘봉입니다.
마네티노, 당신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오케스트라
마네티노 다이얼을 통해 운전자는 엔진 반응, 변속 속도, 서스펜션 강도는 물론 배기 시스템의 밸브 개폐 시점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각 주행 모드는 12칠린드리가 가진 다양한 사운드 캐릭터를 이끌어냅니다. 도심을 편안하게 주행할 때는 부드럽고 절제된 사운드를, 와인딩 로드에서는 페라리 DNA가 느껴지는 강력한 사운드를, 그리고 트랙에서는 모든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F1 머신과 같은 배기음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주행 모드 | 배기음 특징 | 주행 상황 추천 | 
|---|---|---|
| WET | 가장 부드럽고 절제된 사운드로 안정적인 주행을 보조합니다. | 젖은 노면이나 미끄러운 도로 상황 | 
| SPORT | 페라리 고유의 V12 사운드가 살아나며 역동적인 주행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 일상적인 주행 및 와인딩 로드 | 
| RACE | 배기 밸브가 활짝 열리며, 가장 날카롭고 폭발적인 배기음을 연출합니다. | 트랙 주행 및 최고의 성능을 원할 때 | 
쿠페와 스파이더, 당신의 선택은
페라리 12칠린드리는 고정된 지붕을 가진 쿠페 모델과 지붕을 열 수 있는 스파이더 모델 두 가지로 출시됩니다. 쿠페는 실내로 정제되어 들어오는 엔진 사운드를 통해 운전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반면 스파이더는 지붕을 열었을 때 12기통 자연흡기 엔진이 만들어내는 모든 소리를 가감 없이 직접 느낄 수 있어 최고의 개방감과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그 매력은 분명하지만, 엔진 사운드를 가장 직접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스파이더 모델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자동차를 넘어선 예술 작품
페라리 12칠린드리의 엔진 사운드를 즐기는 마지막 방법은 이 차가 가진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차의 사운드는 단순히 기계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페라리의 헤리티지와 혁신, 그리고 미래를 향한 철학이 담겨있는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 담긴 페라리 헤리티지
12칠린드리의 디자인은 1960년대의 전설적인 그랜드 투어러, 365 GTB4 ‘데이토나’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긴 보닛과 유려한 실루엣은 강력한 프론트 미드십 V12 엔진의 존재감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페라리 스타일링 센터의 수장 플라비오 만조니의 지휘 아래 완성된 디자인은 과거의 헤리티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고속에서 다운포스를 생성하는 액티브 에어로 장치와 같은 공기역학 기술은 단순히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디자인을 감상하며 듣는 V12 사운드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감동을 줍니다.
전동화 시대, 마지막 V12의 소장 가치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전동화로 전환되는 지금, 페라리 12칠린드리와 같은 순수 자연흡기 V12 엔진을 탑재한 슈퍼카는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어쩌면 이 차는 역사상 마지막 세대의 위대한 V12 엔진 중 하나로 기록될지도 모릅니다. 이는 12칠린드리가 단순한 고성능 자동차를 넘어, 미래에는 클래식카로서 높은 소장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과 같은 경쟁 모델들도 점차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 속에서, 페라리가 지켜낸 순수한 V12 감성은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가집니다. 페라리의 라인업 안에서도 V6 하이브리드 엔진을 얹은 296 GTB나 SF90 스트라달레와는 전혀 다른, 브랜드의 순수한 혈통과 역사를 상징하는 플래그십 모델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 차의 엔진 소리를 듣는 것은 곧 사라져 갈 내연기관 시대의 가장 찬란한 유산을 경험하는 것과 같습니다.
 
